AI 가상 아이돌, K‑팝의 새로운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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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과 모션 캡처로 만든 AI 가상 아이돌은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K‑팝의 제작 방식과 팬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가상 걸그룹이 음악, 퍼포먼스, 세계관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넓히는 흐름이 이 현상의 핵심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AI 기반으로 탄생한 가상 아이돌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 연습생을 키워 스타를 만드는 기존 K‑팝 시스템과 달리, 딥러닝 알고리즘과 3D 그래픽, 모션 캡처 기술이 만나 만들어낸 가상 캐릭터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팬들과 소통합니다. “버추얼 아이돌"이나 “메타휴먼 아이돌"이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들은 팬덤 문화를 확대하고 글로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상 아이돌은 실제 사람이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슷하지만, 음성 합성과 AI 음원, 실시간 모션 캡처를 결합해 마치 생생한 아이돌처럼 움직이고 노래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얼굴과 몸은 딥러닝으로 생성된 디지털 인물이며, 라이브 퍼포먼스에서는 배우나 무용수가 착용한 모션 캡처 데이터가 그대로 캐릭터에 적용됩니다. 이러한 기술 결합 덕분에 가상 아이돌은 현실 아이돌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운 무대 연출을 보여 줍니다.

가상 아이돌 Eternity와 MAVE의 디지털 멤버들이 스크린에 떠 있는 모습
가상 아이돌 Eternity와 MAVE의 디지털 멤버들이 스크린에 떠 있는 모습

대표적인 사례가 Pulse9이 제작한 11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터니티(IITERNITI)입니다. 2025년 첫 정규 앨범 ‘Hello World’를 발표한 이후 이터니티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하고 콘텐츠 누적 조회수 3천5백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네 편의 뮤직비디오는 모두 1백만 회 이상 재생되면서 가상 아이돌도 실존 아이돌 못지않은 화제성을 갖추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다른 매체에서도 재확인되는데, Xports뉴스는 “이터니티가 3천5백만 회라는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AI 아이돌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터니티의 흥미로운 지점은 음악 활동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멤버 혜진은 AI 생성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에 참여해 ‘가상 인간 최초의 AI 아티스트’로 언급되었습니다. 즉, 이터니티는 음악과 시각예술을 넘나들며 AI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그룹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든 4인조 가상 아이돌 메이브(MAVE:)입니다. 2023년 1월 발표한 데뷔 싱글 ‘Pandora’는 공개 후 몇 주 만에 수천만 회 재생되며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해외 매체는 ‘Pandora’ 뮤직비디오가 5천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전하며 가상 아이돌의 글로벌 잠재력을 강조했습니다. 메이브는 언리얼 엔진과 음성 합성, 모션 캡처를 결합해 자연스러운 표정과 춤선을 구현하고, 현실 아이돌 못지않은 세계관 스토리를 제공해 “정말 살아 있는 듯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가상 아이돌 시장에는 플레이브(PLAVE) 같은 그룹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플레이브는 실제 활동을 기반으로 팬덤을 쌓아 첫 번째 앨범 판매량이 50만 장을 넘어서며 가상 그룹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는 AI 기술이 음악 산업에서 수익 창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대형 기획사들이 가상 아이돌을 새로운 지적 재산(IP)으로 활용해 방송, 광고, 게임 등 여러 분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됩니다.

이러한 가상 아이돌이 떠오른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팬덤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신인 그룹도 빠르게 글로벌 팬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상 아이돌은 물리적인 이동이나 스캔들 위험 없이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 제작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입니다. 둘째, 딥러닝과 3D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고, 모션 캡처 장비의 보급으로 라이브 퍼포먼스의 몰입도가 높아졌습니다. 셋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공연과 온라인 팬미팅이 일상화되면서 관객들도 가상 캐릭터와의 소통에 익숙해졌습니다.

물론 가상 아이돌을 둘러싼 논의도 있습니다. 일부 팬은 “AI가 인간 아이돌의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가상 캐릭터의 목소리는 보통 성우나 가수의 음성을 기반으로 하며, 표정과 움직임도 실제 사람의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완전히 자동화된 존재는 아닙니다. 기술적 결함이나 윤리적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관련 업계는 투명한 운영과 저작권 문제 해결을 강조합니다. 또한 얼굴과 몸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과 혼동될 수 있어, 가상 아이돌은 원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정식 창작물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AI 가상 아이돌은 K‑팝 산업의 혁신과 실험 정신을 상징합니다. 이터니티, 메이브, 플레이브 등 여러 그룹이 수천만 조회수와 앨범 판매를 기록하며 새로운 팬 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술적 과제와 문화적 논의가 남아 있지만, 가상 아이돌이 인간 아티스트를 대신하기보다는 함께 공존하며 K‑팝의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결국 지금의 열풍은 한국 콘텐츠 산업이 기술과 창의를 결합해 세계 음악 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