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시대를 돌파하는 한국 편의점, 러닝 스테이션과 디저트랩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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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수 감소와 성장 둔화에 직면한 한국 편의점 업계가 한강 러닝족을 위한 ‘러닝 스테이션’과 디저트 특화 ‘디저트랩’ 등 체험형 콘셉트 매장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매장 구성과 확산 배경을 살펴본다.

한국의 편의점 시장은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점포 수가 줄어들고 성장률이 둔화되는 포화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주요 편의점 네트워크는 2025년 처음으로 매장 수가 감소했고, 매출 증가율도 1% 미만에 머물렀습니다. 단순한 채널 확대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한 체험형 콘셉트 매장입니다.

이 흐름을 이끄는 대표 사례가 BGF리테일의 ‘CU 러닝 스테이션(CU Running Station)’과 이마트24의 ‘디저트랩 서울숲점(Dessert Lab Seoul Forest)’입니다. 두 매장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운동과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 플랫폼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러닝 스테이션은 한강을 달리는 러너들의 베이스캠프를 목표로 하고, 디저트랩은 성수동의 감성을 담은 디저트 카페 겸 쇼룸처럼 꾸며졌습니다. 편의점 업계가 경험과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MZ세대 취향에 맞춰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CU 러닝 스테이션의 외관에는 보라색과 연두색으로 디자인된 ‘RUNNING STATION’ 간판이 걸려 있어 한강 산책로에서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매장 1층에는 러너를 위한 25개의 물품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으며, 러닝 직후에 이용할 수 있는 소형과 중형 두 가지 크기로 운영됩니다. 보관함 옆 매대에는 나이키 러닝 용품, 헤드밴드, 런 벨트, 타월 등 필요한 장비와 단백질 음료, 에너지젤, 단백질바 같은 보충 식품이 진열돼 있습니다. 러너들이 편의점에서 운동 준비와 회복을 모두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2층은 러닝 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의실과 파우더룸, ‘피니시 라인’ 콘셉트의 포토존이 마련돼 있습니다. 운동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은 러닝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착용형 로봇 브랜드 하이퍼쉘을 체험해볼 수 있는 팝업존도 있어 미래적 장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편의점 내부에 휴식과 체험 공간을 결합해 러닝 문화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기존 매장과 차별화됩니다.

공원 인근 러닝 스테이션 편의점과 디저트랩 매장 앞에서 달리기 복장을 한 사람들과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
공원 인근 러닝 스테이션 편의점과 디저트랩 매장 앞에서 달리기 복장을 한 사람들과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

BGF리테일은 여의도 러닝 스테이션을 시작으로 마곡, 망원, 반포, 잠실, 뚝섬 등 한강 공원 인근 18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러닝 스테이션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자체 앱인 포켓CU와 러닝 플랫폼을 연동해 러닝 코스를 안내하고 기록 챌린지와 리워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서비스도 함께 준비 중입니다. 이는 단순히 점포를 늘리는 방식 대신 특정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를 공략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매출을 높이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마트24가 3월에 문을 연 디저트랩 서울숲점은 94㎡ 규모의 매장을 네 가지 구역으로 나눠 운영합니다. ‘디저트 존’에서는 이마트24가 선보이는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고, ‘스페셜 디저트 존’에는 인기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 상품이 비치됩니다. ‘와인 페어링 존’에서는 디저트와 어울리는 논알콜 와인을 제안하고, 테라스에는 서울숲 분위기를 살린 포토존을 마련해 방문객이 사진을 찍으며 휴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매장 전체가 카페처럼 꾸며져 있어 편의점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듭니다.

디저트랩은 지역과의 연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매장 내 디지털 사이니지에는 성수동 주변 공방과 맛집 지도를 띄워 방문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과 연계한 배달 서비스에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또한 지역 예술가와 공방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시·판매 코너를 운영해 로컬 커뮤니티와 상생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도는 편의점이 지역 문화 허브로 진화하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체험형 콘셉트 매장은 SNS 인증 문화를 적극 활용합니다. 러닝 스테이션의 피니시 라인 포토존과 디저트랩의 테라스는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어 공유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매장을 홍보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러닝 기록 챌린지와 지역 상권 협업 프로그램도 소비자의 참여를 끌어내어 재방문을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상품 판매를 넘어 경험을 제공하는 이러한 전략은 MZ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것으로, 편의점 업계가 콘텐츠 산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해외 독자에게는 한국 편의점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편의점은 도시 곳곳에 자리해 하루 24시간 운영되며 간편식과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기본 기능 외에 택배, 카페, 은행 업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수행합니다. 이번에 소개한 러닝 스테이션과 디저트랩 같은 콘셉트 매장은 이러한 편의점이 또 다른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는 사례로, 일본이나 다른 국가의 무인 판매점과는 다르게 소통과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각각 다른 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라는 점도 함께 짚어두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한국의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점에서 벗어나 제3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마친 러너가 편의점에서 짐을 맡기고 씻고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가 하면, 친구들과 디저트를 나누며 사진을 찍는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편의점 업계는 앞으로 라면이나 K‑푸드 체험, 미용과 웰니스 등 다른 콘셉트 매장도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을 확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진화하는 한국 편의점의 실험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보는 일은 K‑컬처를 사랑하는 해외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